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Maestro)'입니다.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생애와 아내와의 결혼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화로,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각본, 주연을 맡았습니다.
오스카상 후보작에 오른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리뷰 - 실화 음악 영화 Maestro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소개
개봉: 2023년 11월 22일
출연: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맷 보머, 제러미 스트롱, 마야 호크
각본: 브래들리 쿠퍼, 조시 싱어
감독: 브래들리 쿠퍼
장르: 음악, 드라마, LGBTQ+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2시간 11분
음악의 전설 레너드 번스타인과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 평생에 걸친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따라가는 거침없는 사랑 이야기.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줄거리 (결말 포함)
'예술 작품은 답을 주는 대신 질문하게 하며
상반된 답들 사이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 레너드 번스타인
아내를 그리워하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인터뷰로 영화가 시작된다.
아내가 사무치게 그리워요
젊은 시절: 카네기홀 공연에서 레너드는 리허설도 없이 갑작스럽게 무대에 대타로 서게 되고,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는 지휘뿐만 아니라 작곡, 피아노, 뮤지컬 제작까지 음악에서 다방면으로 재능을 떨친다.
레너드는 파티에서 배우 펠리시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결혼을 하고 세 아이도 가지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작곡가 번스타인과 지휘자 번스타인의 삶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서로 성격이 달라요.
공연자라면 지휘자가 됐든 배우가 됐든 보여지는 인생을 살아요.
너무 축약적이지만 외향적 인생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창작자는 이런 스튜디오에서 혼자 곡을 써 내려가요.
세상과 아주 사적인 소통을 나누죠.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 풍부한 인생을 살아요.
두 성격을 다 가진 사람은 결국 정신 분열이라는 최후를 맞죠.
겉으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는 남자를 좋아하기도 하는 양성애자이다. 그는 어딘가 공허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누구나 그런 면이 있다고 봐.
사람은 스스로 맞춰 가려고도 해.
다만 개성이 너무 강하다 보면 독이 될 수도 있거든.
레니(레너드)도 그걸로 괴로워하니까 부딪쳐서 뭐 하나 싶더라.
내가 진짜 죽는 것도 아닌데.
레니가 기뻐하거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면 못 맞춰 줄 것도 없잖아?
대신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거야.
희생하게 되면 나란 사람이 없어지니까.
레너드가 다른 남자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한 아내 펠리시아. 하지만 모른 척 그냥 넘어가준다.
굉장히 허무한 기분인가 봐요.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전에는 몰랐어요.
처음에는 펠리시아한테 생기가 넘쳐흐른다고 느꼈거든요.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깨어 있는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내면이 망가진 거 같아요.
펠리시아는 딸 제이미가 아버지 레너드의 동성애 관련 소문을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딸에게 사실을 숨기길 바랐고, 레너드는 딸에게 가짜 소문이라고 얘기해 준다.
펠리시아 앞에서 레너드는 여전히 동성애의 모습을 보인다. 거기에 폭발해 버린 펠리시아.
생기란 생기는 다 빨아들여서 남은 사람들도 자기 본모습을 지키며 살 수가 없어.
당신 진심은 당신만 채워 줄 뿐 우리가 가진 용기와 힘은 씨까지 말려.
그만큼 진 빠진다고, 레니.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고 인정하다 보면 그래.
당신 진심은 그런 거야.
혼자 늙어 죽기 싫으면 조심해 게이 영감.
1973년 영국 일리 대성당에서 레너드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 '피날레'를 지휘한다. 연주가 끝나고 펠리시아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풀린다.
환상적이었어.
이제 당신 마음에 증오는 없어.
하지만 얼마 못 가 펠리시아는 암에 걸리고, 레너드는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 인터뷰하는 레너드 번스타인. 그는 아내 펠리시아를 그리워하며 그녀 덕분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얘기한다.
'내면의 여름이 노래를 멈췄다면 모든 노래가 멈춘 거야.
모든 노래가 멈췄다면 작곡은 끝이지'
아내가 한 말이에요.
그때 울적해서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이 시구를 읊었는데 거기서 '송페스트'가 탄생했죠.
여름은 아직 노래하고 있어요.
이제 소리도 약해졌고, 어쩌다 한 번이지만
그래도 노래합니다.
안 그랬으면 진작 호수에 몸 던졌죠.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리뷰
미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업적을 자세히 보여준 영화는 아니다. 그의 유명한 작품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대한 내용이 나올 법도 한데 이 영화에서는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췄다. 특히 아내와의 관계와 그의 성적 취향이 두드러진다.
예전 영화에는 분장이 어색해 보이는 게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하는데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브래들리 쿠퍼가 실리콘 코를 사용하여 분장했다고 하는데 실존인물과 매우 흡사한 편이다.
음악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6분이 넘는 말러 교향곡 2번의 연주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곡들을 충분히 다 알지 못한 상태로 이 영화를 본 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그의 아내 펠리시아는 평생을 그를 이해하며 살아왔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그는 영화 속 인터뷰에서 공연자로서와 창작자로서의 두 가지 다른 성격을 동시에 가지면서 정신 분열이 온다는 표현을 했다.
그는 사적인 취향에서도 양성애자로서 내면적으로 서로 다른 취향에 계속 부딪치며 살아왔다. 실제 주변인들의 말에 따르면 육체적으로는 남성을, 정신적으로는 여성을 필요로 하는 자신의 성향에 심하게 갈등했다고 한다.
그런 남편을 둔 아내 펠리시아는 남편의 양성애를 알면서도 묵인하며 살아온다. 번스타인 자체를 조건 없이 사랑한 건지, 번스타인의 음악적 재능을 사랑했기에 못 본 척 넘어가준 건지는 우리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심적 갈등은 곧 창작의 방해가 될 수 있기에 펠리시아는 그의 '내면의 여름'이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그녀를 떠나보낸 후에도 동성애적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이 그의 음악적 감각이 멈추지 않고 무한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로 인해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이 모든 건 본인을 이해해 준 아내 펠리시아 덕분이며, 이제는 그녀를 향한 그리움만이 남아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인생의 전부를 의도치 않은 희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반대로 본인의 재능을 100% 발휘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인생에 업적을 남기는 삶이 더 나은 삶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지휘자이자 작곡가로서의 레너드 번스타인이 아닌 한 남자이자 남편으로서의 레너드 번스타인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의 작품과 업적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운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다른 삶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고 그가 작곡한 곡들과 유명 클래식 곡들을 보고 듣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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