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오펜하이머'입니다.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의 실화 바탕 영화로,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그밖에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등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미국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의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 미국 전기 영화 Oppenheimer
영화 '오펜하이머' 소개
개봉일: 2024년 8월 15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음악: 러드윅 고랜슨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라미 말렉
장르: 드라마, 실화, 미국, 정치, 전쟁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3시간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
영화 '오펜하이머' 줄거리 (시간 순서 / 결말 포함)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쳤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에게 주었다.
그 죄로 그는 바위에 쇠사슬로 묶인 채
영원히 고문을 당해야 했다.
1. 핵분열 (FISSION)
보안청문회로 오펜하이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 핵융합(FUSION)
그리고 스트로스의 인사청문회 장면으로 전환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이 두 시점과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부터 원자폭탄 투하까지의 시점으로 총 세 개의 시간대가 교차된다.
- 시점 구분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 원자폭탄 투하(1945년) 후
*오펜하이머의 보안청문회 (1954년)
**스트로스 시점. 스트로스의 장관 임명 공개청문회 (1959년) - 흑백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유학 시절. 실험물리학에서 열등생이었던 오펜하이머는 자신에게 망신을 준 지도교수 패트릭 블래킷의 사과에 시안화칼륨을 넣어 독살하려 한다.
다시 찾아간 교실에서 닐스 보어 교수를 만난다. 그는 오펜하이머에게 괴팅겐 대학교로 옮겨 이론 공부를 하도록 권유한다. 오펜하이머는 그곳에서 이론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접하고 두각을 나타낸다.
오펜하이머는 괴팅겐을 떠나 네덜란드 라이덴에서 물리학을 강의한다.
미국에서 칼텍과 버클리 대학에 임용되고, 양자 이론 강의를 하면서 로렌스 박사를 만나 협업한다.
오펜하이머는 정치적 성향을 강의 중에 드러내고, 공산주의 모임에도 참석한다.
그곳에서 그는 진 태틀록을 만나고 연인 관계가 되지만 키티와 결혼을 하면서 진과의 관계를 끝낸다.
한편 독일이 핵분열에 성공하면서 핵폭탄의 위협이 시작되고,
1939년 9월 1일. 독일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오펜하이머는 미 육군 대령 레슬리 그로브스와 함께 나치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건 이론을 실제적인 무기로 만드는 일이에요.
나치보다 빠르게.
뉴멕시코주의 로스앨러모스에 비밀연구소를 세우고, 그곳에 마을을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지내도록 한다.
그들은 국가기밀 실험인 만큼 정보 유출을 피하기 위해 실험부, 이론부, 야금부, 병기부로 구획화하여 연구를 진행하기로 하고, 물리학계 과학자들을 영입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그 무기를 다룰 자격이 있는진 나도 모르지만
그게 나치 손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건 알아.
딴 선택이 없어.
연구 과정에서 텔러는 연쇄 반응을 계산해 내고, 오펜하이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공식 계산 확인을 요청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거절한다.
중성자가 핵과 충돌하면
중성자가 방출돼 다른 핵과 충돌하고
그럼 임계점을 넘어 엄청난 폭파력이 생기죠.
근데 이번엔 그 연쇄 반응이 멈추지 않고..
대기까지 다 연소시키겠지.
우리가 핵무기를 터뜨리면
끝없는 연쇄 반응으로
세상이 파멸할 수도 있어요.
이론으로 계산해 보니 핵반응의 통제 불능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다.
텔러는 수소 폭탄 개발을 제안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이에 반대하고, 수소 폭탄에 관심 있던 텔러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그만둔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대신 수소를 쓰는 거야.
무거운 수소. 중수소 말이야.
큰 압력으로 원자를 압축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거야.
그때의 단위는 킬로톤이 아닌 메가톤이 되지.
수소 원자를 융합시킬 만큼의 에너지는 뭐로 얻지?
소형 핵분열 폭탄.
그 건은 추후에 논의하고 당면 문제로 돌아가지.
한편 닐스 보어 교수는 나치가 점령하던 덴마크에서 탈출해 미국에 입국하고 오펜하이머를 만난다.
미래엔 그 무기가 나치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거야.
세상은 그에 대한 준비가 안 됐어.
'준비 없이 돌을 들췄다간
뱀을 만날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알려야 돼.
이 새로운 무기가 세상을 바꿀 거라는 걸.
자넨 이제 미국의 프로메테우스가 된 거야.
인류에게 스스로를 파괴할 힘을 준 자.
2년의 시간이 흐르고, 히틀러가 자살하면서 독일이 항복하지만 일본의 저항은 계속된다.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수행하고 마침내 성공한다.
'나는 이제 죽음의 신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 폭탄 투하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오펜하이머는 라디오에서 트루먼 대통령의 발표를 통해 이미 폭탄이 투하됐다는 걸 알게 된다.
16시간 전,
미 공군기 한 대가 히로시마 상공에 폭탄 한 개를 투하해서
적의 주요 시설물을 파괴했습니다.
그 폭탄은 2만 톤의 TNT보다 위력이 훨씬 더 큰 원자 폭탄입니다.
우주의 본질적 힘을 응용해서 만든 폭탄이죠.
일본 폭탄 투하 성공으로 그는 환호를 받고 트루먼 대통령의 초청을 받지만 자신이 폭탄을 개발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대통령님,
전 제 손에 피가 묻은 느낌입니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누가 폭탄을 만들었는지가 아니고
누가 투하 명령을 내렸느냐요.
내가 내렸지.
책임자가 당신이 아니라고요.
** 종전 후 1947년, 원자력 위원회 'AEC'의 의장인 스트로스는 가장 저명한 과학자가 된 오펜하이머에게 연구소장직과 'AEC' 자문관을 맡기기 위해 그를 처음 만난다. 그곳에서 오펜하이머는 아인슈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 매카시 영향으로 미국은 공산주의자들 색출에 한창이다. 당시 로스앨러모스에 있던 과학자 클라우드 푹스가 알고 보니 소련 첩자였고, 그 후 오펜하이머에 대한 FBI의 감시는 강화된다.
** 스트로스는 수소 폭탄에 대해 트루먼 대통령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수소 폭탄을 소련도 미국도 개발하지 않도록 합의하자고 하면서 이들과 대립한다.
* 1954년 오펜하이머의 비공개 청문회. 그동안의 그의 행적이 공산주의자로 의심을 받는다.
불리한 상황으로 오펜하이머를 몰아세웠던 비공개 청문회의 결과는 2:1로 오펜하이머의 보안 인가 갱신이 기각된다.
** 1959년 스트로스의 장관 임명 공개청문회. 스트로스에게 오펜하이머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다.
** 스트로스 인사청문회에서 데이빗 힐 박사가 나와 증언한다. 그는 스트로스의 개인적 원한의 발단으로 오펜하이머 사태가 발생한 거라고 진술한다. 그 당시 비공개 청문회도 스트로스가 임명한 기소인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폭로하면서 오펜하이머의 편을 들어준다.
**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비공개 청문회를 열게 된 건 모두 스트로스가 꾸민 일이었다.
그는 오펜하이머로부터 모욕을 당해왔던 것에 대한 복수로 합동 하원 위원회 소속의 윌리엄 보든에게 오펜하이머의 자료를 건네줬고, 보든은 오펜하이머가 소련의 스파이라고 고발장을 작성해 FBI에 제출한 것이었다.
오펜하이머의 신뢰성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려서
다신 국가 안보 문제를 거론 못 하게 해야 돼요.
그 뒤엔 초라한 조사실에 갇힌 채 모두에게 잊히겠지.
** 힐 박사의 증언으로 상원 인준 투표 결과 스트로스는 낙마한다.
그는 과거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을 이간질시켰다며 분노하지만 그의 보좌관마저 그에게 냉정해진다.
그날 둘이 무슨 얘길 했는진 아무도 모르죠.
제독님 얘길 안 했을 수도 있잖아요.
뭔가 더 중요한 얘길 했을 수도 있죠.
스트로스가 말했던 과거 오펜하이머를 처음 만난 날,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과의 대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제가 그 계산 문제를 갖고 찾아갔을 때 우린 말했죠.
어쩌면 파멸의 연쇄 반응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죠.
그게 왜요?
시작된 거 같아서요.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오펜하이머는 전쟁의 종식을 이끌어낸 영웅일까. 더 큰 파국의 길을 열어버린 인물일까.
그는 독일 나치에 대한 경계심으로 원자 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의 천재적인 능력과 리더십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는 성공에 취함과 동시에 본인이 세상의 파멸 가능성에 길을 열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관심과 환호에 취하는 본능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그의 내면의 선함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도 한다.
이런 와중에 그는 '공산주의자였고, 소련에 기밀정보를 보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공산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교류하던 지인들과 가족이 공산주의자였다는 점과 소련보다 앞서 수소 폭탄을 개발하는 것에 반대했던 점이 매카시즘 시대에서는 의심을 사게 했다. 게다가 스트로스의 개인적인 복수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스트로스에게 대했던 오펜하이머의 오만함이 비공개 청문회를 통해 오펜하이머를 몰락시켰고, 스트로스도 오펜하이머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로 그를 몰락시켰던 것이 훗날 스트로스 자신을 몰락시켰다.
오펜하이머의 모순된 행동은 영화에서 계속 드러난다. 영화 초반 그의 대학시절, 자신에게 망신을 준 교수의 사과에 시안화칼륨을 넣어 간접적으로 독살하려 하지만 뒤늦게 다시 돌아와 그 사과를 버린다.
원자 폭탄을 개발할 때는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결과가 나오는지 제안하기도 하지만 투하 후에는 많은 인명 피해를 줬다는 것에 뒤늦게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선악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원자 폭탄이 일본에 투하되면서 한국인의 피해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지만 오펜하이머의 입장에서는 악한 마음으로 폭탄 개발을 한 것이 아닌, 나치를 경계하고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거라고 본다.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인류의 멸망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위험이 생겼지만 적어도 오펜하이머는 평생 그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괴로워했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악의 모습이 잘 드러난 오펜하이머를 두고 단순히 전쟁 종식의 영웅 혹은 파국의 길을 연 악인이라는 하나의 정의로 내리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영화가 오펜하이머의 폭탄 개발 과정과 투하 장면으로 내용을 끌어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의 반은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청문회 장면이고 대사가 많다. 이곳 줄거리 소개에서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지만 영화에서는 청문회 장면과 계속 교차되며 나오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미리 알고 보는 걸 추천한다.
원자 폭탄이 폭발하는 장면과 오펜하이머의 불안한 심리를 잘 표현한 음악은 보는 사람도 똑같은 감정으로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음악과 작품성, 배우들의 연기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게 없는 꽉 찬 영화였다.
댓글